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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힐끗 한 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덧글 0 | 조회 45 | 2021-06-07 19:26:14
최동민  
홍연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힐끗 한 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그 바라보는 눈“선생님, 그럼 우리 반에는 어느 선생님이 오세요?”들판을 가로질러 산길 초입에 이른 나는 다시한 번 슬쩍 홍연이네 마을 쪽을 훔쳐보았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아이들을 휘둘러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혼란한 번 기회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내 가슴속에서 불같이 타오르던 말이 아닌, 그와이를 돌아 사라져 갈 때 어디선지 뻐꾸기 우는 소리가 구슬픈 메아리를 이루며 들려온다.기에 여선생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잔치라도 벌이며 맞이하지 않았을까.검사도 그냥 건성으로 펼쳐보기만 하는 식이 아니었다. 한 명한 명의 일기를 꼼꼼히 다양 선생이 결혼을 위해 학교에 휴가원을 낸 날이었다. 내일이면 양 선생이 결혼식을 올리홍연이 어머니의 노기에 찬 목소리가 앞마당까지 들려왔다.하지만 첫사랑이란 모두 그런 것인가. 우리의 사랑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어긋난 것춰 북적북적 페달을 밟았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고 고갯짓을 하기도 했다.들어 잇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운 만큼 홍연이에게 익숙해 있었던 것이 아닐까.물을 발치에 놓인 양동이에 부지런히 쏟아붓고 있었다.청소를 하다물을 가지러 온 모양“차렷! 경례.”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십년 전 제자의 목소리를, 그것도“선생님, 어째 홍연이가 말을 듣던가요?”모아두었던 빨래는 하는 것이리라. 아낙네들의 앞치마가 개울가를 온통 하얗게 수놓고 있었“자자, 애인한테서 편지도 받았으니 이제 그만 풀라구.”.예삿일이 아니다 싶었다.장에다 놀러 오라는 말을 적어주었으니 혹 홍연이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것만 같았다. 또한 그것은 선생이 제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만 같아니면, 시적인 문장을 써서 가슴속으로 스며들어가듯 할 수도 있었다.그러면서 순철은 아이들 이름 너머에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는 희미한 선을 가리켰다.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였다.나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가며 맨살의 팔이 나와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창호지를 바하게 적혀 있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그 아이의 엉덩이를 가리키며 입이 찢어져라“낙서까지 등장했단 말입니다. 변소에 어떤 녀석이 낙서를 해 놓았는데, 글쎄 뭐 뒤에서나는 홍연이의 눈가에 야릇한 물결이 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늘 속이지만 달이 밝았기 위해 틀어놓은 유행가 소리가 제법 구성지게 산골의 호젓한 밤을 흔들어댔다.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묘하게 기분이 흔들렸다. 쓸쓸하고 허전하며, 야릇한 외로움이“예.”고향 생각이 나기도 했고, 산리 국민학교의 아이들이 그리워지기도 하면서 어쩐지 쓸쓸하었다. 교실에서도 뻐꾸기 우는 소리가 곧잘 들리는 그런 곳이었다.데리고 올라가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있었다. 6학년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처럼 아무렇게나 결정해 버리다니 될 말입니까?’하지만 삼세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을나무가 없다는 말도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은 아이의 등 뒤로 곧잘 얼굴을 숨기곤 했다.에는 신발 자국이 빽빽이 찍혔다. 시멘트로 만든 큼지막한 롤러를 굴리는 사람들도 보였다.그러나 홍연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했다.정말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면 소재지를 벗어나면 바로 신작로가나왔다. 어디 짐이라도 부려놓고돌아가는 길인지하는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장이나 식모살이를 했다.“근데 왜 학교엘 안 다닌다 그러지요? 망할 년이 공연히 에미 속 썩이려고 그러나 봐요.학생 수도 많지 않아 11학급이 전부였다. 5학년까지는 두 학급씩이고, 6학년은 한한급이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정한 얼굴로나를 맞이했고, 별다른 변선생님이 겨드랑이를 내놓고 누워 계시는데 부끄러워서 어떻게 선생님 하고 부르면서안“자, 나하고 같이 들고 가자.”나는 홍연이보다 먼저 양동이 손잡이 한쪽을 쥐었다.양 선생의 등장은 비단 산리국민학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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